AI 시대의 ‘지브리화’ 논쟁: 예술의 종말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AI 시대의 ‘지브리화’ 논쟁: 예술의 종말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어딘가에서 나비가 날갯짓하자 인공지능(AI)의 물결이 세상에 퍼져나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일단 세상에 나온 AI는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가들이 그 영향권에 들어왔고, 이제는 인터넷 여론에 따르면 예술가들까지 그 대상이 되었다. 오픈AI(OpenAI)의 최신 이미지 생성 도구는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놀라운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국경, 인종, 계층, 신념을 초월한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른바 ‘지브리화(Ghiblification)’ 열풍에 뛰어들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곧이어 일었다. 스튜디오 지브리 공동 창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AI를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AI의 환경적 영향, 저작권 침해, 진정한 예술과 예술가의 죽음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비평가들이 오래전부터 예언해온 ‘예술가의 죽음’은 산업혁명 때부터 계속 외쳐졌음에도, 예술과 예술가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번창하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은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웹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었고, 직물 기계가 등장했을 때에도 수공예 장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인도 카슈미르 지방의 수제 자수 숄은 기계로 만든 제품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손으로 제작된 작품은 몇 달에 걸쳐 정성스럽게 만들어지지만, 시장에는 저렴한 대량생산품도 함께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독점성과 가격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는 예술의 평준화 도구로 작용하며, 기술적 능력이나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창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 애호가들은 여전히 전통 예술을 추구하고 지지하겠지만, AI는 보다 많은 대중에게 예술을 경험하게 해준다. 예술의 민주화는 예술가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무대를 넓히는 과정이다.

저작권과 예술의 경계

물론, 저작권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미 여러 예술가, 작가, 출판사, 언론사가 자신들의 작업물이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문제가 회색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예술 스타일’이라는 것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예술은 진공 상태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미야자키 역시 서구 애니메이션과 일본 민속 전통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팬덤은 모방, 재해석, 팬아트, 코스프레를 통해 끊임없이 창작자에게 경의를 표해왔다. AI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유산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마법을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하며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AI는 미야자키의 감성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AI와 환경 비용

AI가 초래하는 환경적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GPT-4 언어 모델이 생성한 100단어짜리 이메일 하나를 처리하는 데 평균 519밀리리터의 물이 냉각 용도로 사용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지 인스타그램 트렌드 하나를 위해 지구 환경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건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적 대가는 AI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의 정립이다.

결국, 사진이 회화를 죽이지 않았듯, AI 역시 예술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AI는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목소리,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예술은 계속해서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AI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